들어가며
저는 한국에서 오랜 시간 살아왔고, 두 달 전 일본을 여행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군 복무 중 대구와 포항에서 3년간 운전했고, 전역 후에는 아버지 납골당에 가기 위해 1년에 세 번 정도 렌터카를 이용해 운전을 합니다. 운전 실력은 잘하지도 않고 못하지도 않는 평균 정도라 생각합니다.
2025년 1월에 일본으로 여행을 가서 4일간 머물렀고, 그중 3일간은 렌터카를 이용했습니다. 혼자 일본을 갔더라면 차를 빌리진 않았겠지만, 일본에 처음 가보는 어머니와 동생이 함께였기 때문에 차를 빌리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이브리드 차량인 토요타 프리우스를 빌렸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운전 문화는 어떻게 다를까?
1. 좌측 통행
저는 사고 없이 운전해온 경험 덕분에 나름대로 운전에 자신이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운전할 때는 정말 긴장됐습니다. 가장 걱정됐던 부분은 좌측 통행이었습니다. 도로에 진입하자마자 긴장이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최대한 흐름을 따르려고 노력했습니다. 운전을 시작할 때 운전을 취미로 가진 친구(일본과 독일에서 오랫동안 운전한 경험 보유유)가 “운전은 흐름이야. 흐름을 따라가야 돼.”라고 말했던 게 생각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머리속은 새하얀 채였습니다.
일본에 가기 전에 인터넷 게시판을 보니 "좌작우큰"을 항상 기억하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좌회전은 작게, 우회전은 크게’라는 뜻입니다. 저도 이를 의식적으로 계속 떠올리며 운전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운전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방향을 착각하면 역주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30분 정도 지나니 좌측 통행에도 익숙해졌고, 어느 나라에서든 기본은 안전 운전이라는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2. 운전 매너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운전 매너에 정말 놀랐기 때문입니다. 운전이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싶었습니다. 저는 한국과 일본 외에 다른 나라에서 운전해본 적은 없지만, 둘만 비교하자면 일본에서의 운전이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보겠습니다.
1) 제한 속도 준수
일본에서 운전할 때 가장 먼저 놀랐던 점은 차들이 보행자를 위해 멈춘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보행자가 도로를 건널 때 차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차들이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이것에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오던 길에, 황색 신호에서 횡단보도를 지나려는 차에 거의 치일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상황은 한국에서 매우 흔합니다. 저는 출근길에 시간이 여유롭기 때문에 초록불이 켜지자마자 길을 건너곤 하는데, 이런 습관 때문에 종종 위험한 상황을 겪곤 합니다.
일본에서는 차들이 잘 멈추기도 하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속도를 과하게 내는 일이 드뭅니다. 한국에 돌아와 택시를 탔는데, 제한 속도는 60km/h인데도 80km/h가 넘게 달리는 것을 보고 ‘한국에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양보 운전
제가 알기로 깜빡이는 다른 차량에게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차선 변경을 할 때는 반드시 깜빡이를 켜야 하고, 그 차선을 주행 중인 차는 양보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한국도 규칙으로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제 경험상 절반 이상의 차량이 깜빡이를 보고도 양보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운전해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것입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내가 깜빡이를 켜자마자 모세의 기적처럼 차들이 양보해줬습니다. 특히 톨게이트 부근이나 좁고 정체된 구간에서 차선 변경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매우 쉽게 차선을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단지 한 가지 에피소드일 뿐이고, 전반적으로 일본에서의 운전은 훨씬 쉬웠습니다.
3) 경적 없는 도로
한국에서는 경적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갈 때도 늘 들립니다. 보행자 때문에 횡단보도를 지나지 못하는 차가 경적을 울리는 일도 많습니다.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보행자보다 자기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극도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로 위에 있으면 언제든지 경적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많은 차들이 양보 없이 경적을 울립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경적 소리를 단 한 번밖에 듣지 못했습니다. 제가 신호를 잘못 보고 있었을 때, 뒷차가 신호를 알려주기 위해 한 번 울린 것이 전부였습니다. 일본의 보조 신호 체계에 익숙하지 않아 생긴 내 실수였습니다.
3. 마무리
나는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이는 일본과의 비교일 뿐입니다. 친구들 중에는 “한국에서 운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사람도 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세상 어디에나 정신나간 운전자는 존재합니다. 결국 확률의 문제일 뿐입니다. 단지 한국에서는 무례한 운전자를 만날 확률이 일본보다 조금 더 높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운전해본 적는 분이시라면, 그리고 운전면허가 있다면, 일본에서 운전해보기를 추천합니다. 일본의 운전 문화에 분명 놀라게 될 겁니다. 차를 이용하면 외국인이 가기 어려운 곳까지도 여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